오후 두시 반에 기숙사 장과 셋이서 만나서 룸메이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보통 때엔 그렇지 않은데 이번에 이야기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우선 독어 하우스에는 자리가 많고 희망자가 없어 여차하면 들어 갈 것 같다. 모임을 같기 3분 전 매트가 전화해서 말하길 룸메이트가 일으키는 문제가 여럿이기 때문에 어쩌면 걔가 쫏겨 나갈 지도 모른다고 그라더라. 모임을 가지며 기숙사장이 말하기를 너희들 이거 협력해서 풀어봐라 하고 조언했다. 3일은 내가 편하게 공부하고 자는 날, 3일은 걔 여자친구가 와서 자기 식 대로 공부하는 날. 한번 이렇게 해보라고 했다. 난 룸메이트가 싫다. 밤 늦게 자기들 끼리 재잘거려서 내가 못 자겠다고 하니, 자기가 쓰는 귀마개를 쓰란다 (새 것). 왜 내가 귀마개를 써야 하지? 지가 일으키는 문제 아닌가? 나도 문제가 많단다. 아침에 시끄럽단다. 내가 아침에 하는 일은 일어나서 알람시계 끄고 책가방 챙기고 옷 입은 후 밖으로 나가는 일 밖에 없다. 걸어다니면서 쿵쿵 거리기 때문에, 일단 잠이 깨고, 그런 다음은 다시 수면을 취할 수가 없데. 예민도 하셔라. 그렇게 소리가 방해 되면 이 쪽 신세도 좀 생각 해 보시지? 내 몸무게 무거운거 어떻게 고칠라고? 죽을 맛이다. 쟤를 쫓아내지 못 하면 내가 독어 하우스로 가겠지. 매트(기숙사 장)가 패트릭 (룸메이트)와 아가타 (자기 여자 친구)는 내일 학생 생활 장을 만나야 한단다. 쫓을려고 미리 이야기 하는 것인가? 제발 좀 쫐겨 나가라.
모임이 끝나고, 걘 원래 미네소타대 왠 교수를 만나러 가야 한다길래 난 거실로 내려왔다. 기사를 읽다 잠이 들어서, 소파로 가서 한시간 반 정도를 잤다. 그리곤 5시에 일어나서 다시 한시간 반을 방에서 잤다. 오랜 만에 단 잠이다. 긴 꿈을 꾸었는데, 우선 ㄴ자로 생긴 방에서 거기서 같이 사는 친구가 임무가 있으면 (어느 공항이 오피스텔로 바뀌고, 그런 비슷한 건물에서 누구에게 쫐기고 뭐 그런 임무) 따라 가서 도와주다가 난데 없이 같은 방이 집으로 바뀐다. 테무코에 있던 집 말이다. 한 쪽에 위치해 있던 창문이 테레비전으로 바뀌고, 한쪽은 부엌이 되고, 온 가족이 테레비전 앞에서 저녁을 든다. 아빠하고 무슨 이야기도 한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 가물 하다. 그러다가 깨었다. 집도 그립고, 공부도 힘들고, 룸메이트도 싫어 죽겠고, 기내 식당 음식고 맛이 갔다. 슬슬 돌아갈 때가 왔나보다. 아직 석주나 남았네.
학교 창고가 월요일까지 열려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창고가 개방된지 며칠 되지 않아 모든 공간이 다 사용된다. 막 방을 정리 하기 전에 방을 훑어보곤 “오호라- 이렇게 정돈되지 않은 방에서도 살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고는 한번 쭈욱 찍었다. 치운후, 같은 각도, 같은 방향에서 다시 한번 찍어보아야지.
사 년 전, 엘에이 친가네에 신세를 두달간 지게 되었다. 내 성격이 워낙 혼자서 노는 지라 큰엄머님과 자그마한 신경전을 벌였는데, 그것을 며칠 못 참고 탈출을 생각 – 계획은 삼십마일 가량 떨어진 다른 친척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객 주제에 그런 짓을.. 죄송하지
하여튼 짐을 바리바리 싸서 등산용 가방에 집어넣고, 아침 4:20에 집을 떠났다. 그날 오후 중으로 도착할 요령이었다.
이 사진은 엘에이가 아니고 산 디에고 버스이지만, 분위기가 비스무리하다
엘에이 지역의 버스는 내가 다녀본 지역 중 최악이다. 버스가 워낙 안 다녀서, 잘 빠지는 동네가 15분, 심한 경우 1시간 그리고 여러 변수가 (외곽지대+비 러시 시간)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1시간반 정도 까지 버스가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곳 왠만한 사람들은, 한국인이든 아니든, 버스를 잘 모른다. 이게 엘에이 지역만인지는 모른다. 하여튼 모 도시를 갈려고 하는데 뭘 탈가요 하는 질문을 제대로 대답해주는 이가 없다. 고로 나가려면 이미 길을 잘 아는 (스톱은 어디고, 갈아타는 것은 어디고 등등) 곳을 가거나, 시간 안내표 (운행 시간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는 라인이 많다)
버스는 보통 시 단위, 카운티 단위, 그리고 주 단위로 여러 레벨로 운영이 되고, 왠만한 거리는 카운티 대 카운티 연결로 갈 수 있다. 일단 어느 행정구역의 버스에 탑승을 하면 거기서 자료팸플렛을 뽑아 볼수 있지만 그러기 전에는 해당 구역 홈페이지를 둘려서 사전에 자료를 뽑아두어야 (최소한 돌아올 루트는 알아두어야) 제대로 나다닐수 있다. 내가 찾아본 루트는 오랜지 카운티와 엘에이 카운티의 변경점에서 출발, 리버사이드 카운티 중심의 사막산에 숨어있는 집으로 가는 것인데, 직선 거리는 30마일 (50키로)이지만 실제 노선을 따라가보면 50마일 (70키로) 정도가 되는 것이였다. 차를 타면 한시간이지만 버스를 타면 서너시간은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우선 버스 자체가 매 스톱마다 정거하느라 느리고, 연결 구점에서 각각 삽십분은 기다려야 하며, 연결 구점에서 좀 걸어서 연결이 되는 것이면 항상 설명이 모호해서 다음 스탑을 못 찾고 해메다 다음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간에 점심 먹어야 할 것까지 계산하자면 한시간 반정도는 추가 (밥을 그리 오래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자면 버스의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에 그렇다)
버스사 홈피들은 참 편리하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주소로 입력해주면 모든 지시사항을 전해준다. 문제는 저 지시사항이 주어진 조건에 따라 족족변화한다는 것. 예를 들어 B까지 가는 방법이 A -> B -> C 와 A -> D -> C가 있다면 최적의 방법은 ABC이지만 혹시 A를 아침 10시 이후에 탄다면 ADC 가 더 효율적이라는 (대기 시간상)것이다 (혹은 B구간이 이 시간 후에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변수를 관리할 방법은 없다. 젤 좋은 방법은 무선 인터넷을 장착한 노트북을 아예 들고 나가는 것인데, 노트북은 있지만 무선 인터넷은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계산해서 3개 정도의 루트를 하드에 저장해두고 중요한 시간표도 저장하곤 길을 나섰다. 프린터가 없어서. 길을 가며 아마 누트북을 두세번 열었다 닫았다 했을끼다.
요금 체계는 미련하게 만들어두었다. $2.50 (삼천원?) 에 하루 종일 모든 방향 버스패스! 이것이 아니면 $1.25을 내고 두시간을 탈수 있는 패스를 주는 것 같다.
첫 세시간 정도는 괜찮았다. 문제는 내가 등에 10키로 남짓의 옷배낭 + 3키로 짜리 컴퓨터가 들어있는 책가방을 앞뒤로 매어서 가져왔다는 점. 해가 뜨고 날씨가 더워지자 체력이 딸리기 시작.. 코로나에 도착하자 열한시 정도였던 것 같다.
리버사이드몰에 도착해서 (왠만한 소도시로 가는 버스는 꼭 몰에서 정거하게 설계되어있다) 점심을 먹고는 페리스, 그리고 거기서 직통이 오전만 운행한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다시 남쪽으로 가서 연결선을 찾아보았다.
근데.. 연결하는 버스가 없단다.. 그리고 지금 위치해 있는 작은 마을부터 그곳까지 가는 길은 온통 사막. 오후 1시였다. 택시 비스무리 한 것이 있긴 한데, $30을 내야 한다나 뭐라나..그거라도 해볼려고 전화를 걸어보니 기사가 하나 밖에 없어서 $60을 내라는 –; 저게 뭐냐.. 그래서 걸어보려고 거리를 재어보았다.